사회복지정책을 선별적·보편적, 잔여적·제도적, 협의·광의의 기준에 따라 정의하고, 각각의 정의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제도를 예로 들어 설명한 후, 제시된 기준들의 관계(대응관계 및 발전방향)를 설명하시오.

사회복지정책의 분류 기준과 제도 분석: 선별적·보편적, 잔여적·제도적, 협의·광의 관점 - 사회복지정책론

사회복지정책의 분류 기준과 제도 분석: 선별적·보편적, 잔여적·제도적, 협의·광의 관점

1. 서론

사회복지정책은 현대 복지국가의 핵심 기제로서 사회구성원의 삶의 질과 사회통합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사회복지정책을 어떻게 정의하고 분류하느냐에 따라 정책의 범위와 방향성이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학자들은 사회복지정책을 다양한 기준으로 분류해왔는데, 그 중에서도 대상자 선정 기준에 따른 선별적·보편적 분류, 국가 개입의 성격에 따른 잔여적·제도적 분류, 정책 범위에 따른 협의·광의의 분류가 가장 대표적이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이후 급속한 복지 확대를 경험했으나, 여전히 선별적이고 잔여적인 성격이 강한 제도들이 다수 존재한다. 2024년 기준 GDP 대비 공공사회복지지출은 OECD 평균의 약 60% 수준이며,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률은 전체 인구의 약 3.2%에 불과하다. 이러한 현실은 복지정책의 분류 기준을 명확히 이해하고, 각 기준이 어떤 관계를 맺으며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하는지 고찰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본 레포트는 사회복지정책의 세 가지 주요 분류 기준을 체계적으로 정의하고, 각 기준에 해당하는 우리나라의 구체적 제도를 사례로 제시하여 이론과 실제의 연결을 시도한다. 나아가 이들 기준이 서로 어떤 대응관계를 형성하는지 분석하고, 한국 복지국가의 바람직한 발전방향을 제언하고자 한다.

2. 사회복지정책의 분류 기준과 정의

2.1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는 사회복지정책의 대상자를 어떻게 선정하느냐에 따른 분류이다. 선별적 복지(selective welfare)는 특정한 자격 요건을 충족하는 사람들에게만 복지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주로 소득이나 자산 조사를 통해 대상자를 선정한다. 이 접근은 한정된 재원을 가장 필요한 사람들에게 집중할 수 있다는 효율성의 논리에 기반하며, 영국의 구빈법 전통과 신자유주의 복지관에서 강조된다.

반면 보편적 복지(universal welfare)는 특정 조건이나 자격 심사 없이 모든 국민에게 동일한 복지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티트머스(Titmuss)는 보편주의가 낙인효과를 방지하고 사회통합을 증진하며, 중산층의 지지를 확보하여 복지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높인다고 주장했다. 북유럽 국가들의 복지모델이 대표적인 사례이며, 사회권(social rights)을 강조하는 마셜(Marshall)의 시민권 이론과 맥을 같이한다.

이 두 접근의 핵심적 차이는 자산조사(means test)의 유무에 있다. 선별적 복지는 자산조사를 통해 대상자를 엄격히 제한함으로써 재정적 효율성을 추구하지만, 신청 과정의 복잡성과 낙인효과로 인해 실제 필요한 사람들의 수급률(take-up rate)이 낮아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보편적 복지는 행정 비용을 절감하고 권리로서의 복지를 실현하지만, 재정 부담이 크고 소득재분배 효과가 선별적 복지보다 낮을 수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2.2 잔여적 복지와 제도적 복지

잔여적 복지와 제도적 복지는 윌렌스키와 르보(Wilensky & Lebeaux, 1965)가 제시한 개념으로, 사회복지가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적 관점의 차이를 반영한다. 잔여적 복지(residual welfare)는 가족과 시장이라는 일차적 제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때, 즉 개인이나 집단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때에만 국가가 임시적이고 보충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관점은 사회복지를 비정상적이고 일시적인 안전망으로 간주하며, 개인의 책임과 시장경제의 원리를 강조한다. 빈곤의 원인을 개인의 나태함이나 무능력으로 보는 개인주의적 빈곤관과 연결되며, 복지 의존성을 우려하여 최소한의 개입만을 정당화한다. 미국의 복지제도가 역사적으로 잔여적 모델에 가까웠으며, 근로연계복지(workfare) 정책이 이러한 철학을 반영한다.

반면 제도적 복지(institutional welfare)는 사회복지를 현대 산업사회의 정상적이고 필수적인 제도로 인식한다. 이 관점에서 사회문제는 구조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며, 국가는 모든 국민의 기본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책임이 있다. 따라서 사회복지는 문제가 발생한 후 사후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예방적이고 발전적인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국가들의 보편적 복지국가 모델이 제도적 접근을 대표한다.

2.3 협의의 복지와 광의의 복지

협의의 복지와 광의의 복지는 사회복지정책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설정할 것인가에 관한 분류이다. 협의의 사회복지정책(narrow definition)은 공공부조와 사회보험 등 전통적인 소득보장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한다. 이 정의는 빈곤층과 취약계층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사회복지의 핵심으로 보며, 정책의 범위가 명확하고 측정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길버트와 테렐(Gilbert & Terrell)은 협의의 사회복지를 "국가가 시민들의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제공하는 현금 및 현물 급여"로 정의했다. 이러한 접근은 사회복지를 사회보장제도와 동일시하며, 주로 소득재분배와 최저생활 보장에 초점을 맞춘다. 우리나라의 사회보장기본법에서 사회보장을 "사회보험, 공공부조, 사회서비스"로 규정한 것도 이와 유사한 맥락이다.

광의의 사회복지정책(broad definition)은 소득보장뿐만 아니라 보건의료, 주거, 교육, 고용 등 개인과 가족의 복지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정책 영역을 포함한다. 티트머스는 사회복지를 협의의 사회복지(social welfare), 조세복지(fiscal welfare), 기업복지(occupational welfare)로 확장하여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점에서 조세 감면이나 기업의 복리후생도 실질적으로 복지 기능을 수행하므로, 복지정책 분석 시 이를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광의의 접근은 복지국가를 단순히 재분배 기제가 아니라 국민의 전반적인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종합적 시스템으로 이해한다. 에스핑-앤더슨(Esping-Andersen)의 탈상품화(decommodification) 개념도 이와 연결되는데, 개인이 시장에 의존하지 않고도 적절한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정도를 복지국가의 발전 지표로 본다. 따라서 최저임금제, 노동시간 규제, 육아휴직제도 등도 광의의 사회복지정책에 포함된다.

3. 각 기준에 따른 구체적 제도 사례

3.1 선별적·보편적 복지의 제도 사례

선별적 복지의 대표적 사례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이다. 이 제도는 2000년 도입 이후 우리나라 공공부조의 핵심으로 기능해왔으며, 소득인정액이 중위소득의 일정 비율 이하인 가구에게만 생계급여, 의료급여, 주거급여, 교육급여를 제공한다. 2024년 기준 생계급여 선정기준은 중위소득의 32%이며, 수급자는 약 13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5%에 불과하다. 이 제도는 엄격한 소득 및 재산 조사를 통해 대상자를 선별하며,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실제 빈곤층임에도 수급에서 제외되는 사각지대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근로장려금(EITC)과 자녀장려금(CTC)도 선별적 복지의 사례이다. 근로장려금은 저소득 근로자 가구에게 근로소득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환급형 세액공제로, 2023년 기준 약 500만 가구가 수급했다. 가구원 구성과 총소득 기준에 따라 지급액이 결정되며, 단독가구는 총급여액 2200만원 미만일 때 최대 165만원을 받을 수 있다. 이는 근로 유인을 제공하면서도 저소득층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선별적 복지의 효율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받는다.

보편적 복지의 가장 명확한 사례는 아동수당이다. 2018년 도입 당시에는 소득 하위 90%에게만 지급하는 선별적 제도였으나, 2019년 4월부터 만 7세 미만 모든 아동에게 월 10만원을 지급하는 완전 보편적 제도로 전환되었다. 2024년 현재 약 230만 명의 아동이 아동수당을 받고 있으며, 소득수준과 무관하게 동일한 금액을 지급한다는 점에서 순수한 보편주의 원칙을 따른다. 다만 2024년부터는 만 8세 미만으로 지급 연령이 확대되었다.

기초연금 역시 보편적 성격이 강한 제도이다. 만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게 지급되어 엄밀히 말하면 완전 보편적 제도는 아니지만, 노인 인구의 대다수를 포괄한다는 점에서 보편적 복지의 특성을 갖는다. 2024년 기준 단독가구는 최대 월 334,810원을 받으며, 약 650만 명의 노인이 수급하고 있다. 이는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의 중간 형태로, 재정 부담을 고려하면서도 광범위한 노인 빈곤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절충안으로 볼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사회보험이다.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모든 국민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며, 필요시 누구나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2024년 현재 건강보험 보장률은 약 65% 수준으로 OECD 평균보다 낮지만, 전국민 단일보험 체계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보편주의 원칙을 구현하고 있다. 다만 보험료는 소득에 비례하여 부과되므로 기여 측면에서는 능력에 따른 차등이 존재한다.

3.2 잔여적·제도적 복지의 제도 사례

잔여적 복지 모델을 가장 잘 보여주는 제도는 긴급복지지원제도이다. 이 제도는 갑작스러운 위기상황으로 생계유지가 어려운 저소득층에게 일시적으로 생계비, 의료비, 주거비 등을 지원하는 것으로, 원칙적으로 최대 6개월간만 지원하며 위기 사유가 해소되면 즉시 종료된다. 2023년 기준 약 9만 가구가 긴급지원을 받았는데, 이는 전체 가구의 0.4%에 불과하다. 화재, 범죄 피해, 가구 주 소득자의 사망이나 실직 등 명확한 위기 상황에만 개입한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잔여적 접근을 따른다.

자활사업도 잔여적 성격이 강하다. 근로능력이 있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을 대상으로 하며, 복지급여 수급을 탈피하여 자립할 수 있도록 근로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2024년 현재 전국 247개 자활센터에서 약 6만 명이 자활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 제도는 복지 의존성을 방지하고 근로를 통한 자립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잔여적 복지관을 반영하며, 시장과 가족이 기능하지 못하는 예외적 상황에서만 국가가 개입한다는 철학을 보여준다.

반면 국민연금은 제도적 복지의 대표적 사례이다. 1988년 도입 이후 점진적으로 확대되어 현재는 18세 이상 60세 미만의 모든 국민이 의무 가입 대상이며, 2024년 현재 약 2,280만 명이 가입되어 있고 약 690만 명이 노령연금을 수급하고 있다. 이 제도는 노후 빈곤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사회의 구조적 결과라는 인식 하에, 모든 국민이 정년 후에도 안정적인 소득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국가가 사전에 제도를 마련한 것이다.

국민연금의 제도적 성격은 몇 가지 측면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첫째, 위기 상황에서만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국민의 생애주기에 걸쳐 예방적으로 작동한다. 둘째, 일시적이고 보충적인 것이 아니라 영구적이고 포괄적인 소득보장을 목표로 한다. 셋째, 개인의 책임이 아닌 사회적 위험 분산의 원리에 기반한다. 다만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소득대체율이 40%로 낮고 사각지대가 존재하여, 제도적 복지로서의 기능이 완전히 실현되지는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고용보험 역시 제도적 복지의 특성을 갖는다. 실업이라는 사회적 위험에 대비하여 모든 근로자를 의무적으로 가입시키며, 실직 시 구직급여를 통해 소득을 보장하고 직업훈련을 제공한다. 2024년 기준 약 1,480만 명이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으며, 실업급여 수급자는 월평균 약 70만 명이다. 실업을 개인의 나태함이 아니라 경제 구조 변화의 불가피한 결과로 보고, 국가가 적극적으로 재취업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제도적 접근을 반영한다.

3.3 협의·광의 복지의 제도 사례

협의의 사회복지정책 사례로는 앞서 언급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전통적인 사회보장제도들이 해당한다. 이들은 사회보장기본법에서 규정하는 사회보험과 공공부조의 범주에 속하며, 현금 또는 현물 급여를 통해 직접적으로 소득을 보장하거나 의료비 부담을 경감시킨다. 사회복지서비스법에 따른 노인복지시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아동복지시설 등도 협의의 사회복지에 포함된다.

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협의의 사회복지서비스를 대표하는 사례이다. 2011년 도입된 이 제도는 만 6세 이상 만 65세 미만의 등록 장애인 중 일상생활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에게 활동보조, 방문목욕, 방문간호 서비스를 제공한다. 2024년 현재 약 10만 명이 이용하고 있으며, 월 최대 약 900만원 상당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는 명확히 사회복지 영역으로 분류되며, 보건복지부가 직접 관할하는 핵심 복지정책이다.

광의의 사회복지정책 사례로는 먼저 주거복지를 들 수 있다. 공공임대주택은 국토교통부가 관할하지만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의 주거 안정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복지정책의 성격을 갖는다. 2024년 현재 약 180만 호의 공공임대주택이 공급되어 있으며, 영구임대, 국민임대, 행복주택 등 다양한 유형이 존재한다.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비율이 2024년 기준 약 4.8%로, 주거복지정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교육복지 역시 광의의 사회복지에 포함된다. 교육급여는 협의의 사회복지이지만, 무상급식, 무상교육, 방과후학교 지원 등은 교육정책이면서 동시에 복지정책의 기능을 수행한다. 2024년 현재 초중고 전면 무상교육이 실시되고 있으며, 무상급식은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시행 중이다. 이는 아동의 교육권을 보장하고 가계 부담을 경감시킨다는 점에서 복지적 효과가 크다. 한국장학재단의 국가장학금도 대학생의 학비 부담을 덜어준다는 점에서 광의의 복지정책으로 볼 수 있다.

노동정책 영역에서 최저임금제는 광의의 복지정책을 대표한다. 2024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9,860원으로, 약 360만 명의 근로자가 직접적 영향을 받는다. 최저임금제는 시장임금 결정에 국가가 개입하여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한다는 점에서 복지적 기능을 수행한다. 주52시간 근무제, 육아휴직제도, 산전후휴가 등도 근로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일-생활 균형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광의의 사회복지정책에 해당한다. 2023년 육아휴직 사용자는 약 13만 명으로, 이 중 남성 육아휴직자 비율이 30%를 넘어서며 점차 확대되는 추세이다.

4. 분류 기준들 간의 관계 분석

4.1 대응관계 분석

사회복지정책의 세 가지 분류 기준은 서로 독립적이지 않으며, 밀접한 대응관계를 형성한다. 일반적으로 선별적 복지는 잔여적 복지 및 협의의 복지와 높은 친화성을 보이는 반면, 보편적 복지는 제도적 복지 및 광의의 복지와 연결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대응관계는 각 분류 기준이 공유하는 철학적 기반과 정책 지향점에서 비롯된다.

선별적-잔여적-협의 복지의 결합은 자유주의 복지관에 뿌리를 둔다. 이 조합은 시장경제를 최우선으로 하고 국가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신자유주의적 입장을 반영한다. 복지는 시장과 가족이 실패했을 때만 예외적으로 제공되어야 하며, 한정된 재원을 가장 필요한 사람들에게만 집중해야 한다는 효율성의 논리가 작동한다. 미국의 복지체계가 이러한 조합을 잘 보여주는데, TANF(Temporary Assistance for Needy Families)와 같은 제도는 엄격한 자산조사, 일시적 지원, 소득보장 중심이라는 세 가지 특징을 모두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도 이러한 결합의 사례이다. 중위소득 32% 이하라는 선별적 기준, 자립을 전제로 한 일시적 지원이라는 잔여적 성격, 그리고 소득보장에 초점을 맞춘 협의의 복지라는 특성이 결합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합은 수급자 낙인, 복지 사각지대, 빈곤의 구조적 원인 간과 등의 문제를 초래한다. 실제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비수급 빈곤층 규모는 수급자의 2배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며, 부양의무자 기준이 완화되었음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제도로부터 배제되고 있다.

반대로 보편적-제도적-광의 복지의 결합은 사회민주주의 복지관을 기반으로 한다. 이 조합은 복지를 시민의 기본권으로 인식하고, 국가가 모든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적극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을 취한다. 스웨덴과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이 이러한 모델을 구현하는데, 전국민을 포괄하는 보편적 제도, 문제 예방과 삶의 질 향상이라는 제도적 목표, 그리고 소득보장을 넘어 교육·의료·주거·돌봄 등을 포괄하는 광의의 접근이 통합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결합을 보여주는 사례로 국민건강보험을 들 수 있다. 전국민 가입이라는 보편주의, 질병을 사회적 위험으로 보고 상시적으로 대비한다는 제도적 접근, 그리고 의료뿐 아니라 건강증진과 질병예방까지 포괄하는 광의의 관점이 결합되어 있다. 다만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보장률이 65% 수준으로 낮아 본인부담금이 크고, 비급여 항목이 많아 완전한 보편적-제도적-광의 복지로 보기는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관계가 항상 일관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기초연금은 소득 하위 70%에게 지급되어 보편적 성격이 강하지만, 노인 빈곤이라는 특정 문제에 대응하는 협의의 복지이며, 국민연금이 충분히 기능하지 못하는 상황을 보완한다는 점에서 잔여적 요소도 포함한다. 아동수당은 완전 보편적이면서도 협의의 소득보장 정책이다. 이는 한 제도 안에 여러 성격이 혼재될 수 있으며, 복지국가 발전 과정에서 다양한 정치적·재정적 타협의 결과물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4.2 복지국가 발전방향과 정책적 함의

복지국가의 발전방향은 대체로 선별적에서 보편적으로, 잔여적에서 제도적으로, 협의에서 광의로 확대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산업화와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사회적 위험이 보편화되고, 복지가 시혜가 아닌 권리로 인식되며,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사회 변화를 반영한다. 에스핑-앤더슨의 복지국가 유형론에서도 자유주의 복지체제보다 사회민주주의 복지체제가 더 발전된 형태로 평가되는 것은 이러한 맥락이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발전 궤적을 따라가고 있다. 2000년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은 시혜적 생활보호에서 권리로서의 복지로 전환한 중요한 분기점이었다. 2008년 장기요양보험 도입, 2018년 아동수당의 보편화, 2019년 기초연금 인상 등은 제도적·보편적 복지로의 이행을 보여준다. 2024년 현재 GDP 대비 공공사회복지지출은 약 14%로, 1990년 2.8%에서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여전히 OECD 평균 21%에는 미치지 못하며, 빠른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를 고려하면 복지 확대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발전방향이 일방적이고 무조건적인 것은 아니다. 재정 지속가능성과 효율성을 고려할 때, 모든 영역에서 완전한 보편주의를 추구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전략적 보편주의'나 '비례적 보편주의'와 같은 절충 모델이 제시되고 있다. 전략적 보편주의는 핵심 영역에서는 보편적 급여를 제공하되, 추가적 욕구에 대해서는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영국의 NHS(국민건강서비스)가 대표적인데, 기본 의료는 무상으로 제공하되 비급여 서비스는 개인이 부담한다.

비례적 보편주의는 모든 사람에게 급여를 제공하되, 욕구에 비례하여 급여 수준을 차등화하는 접근이다.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이 이에 해당하는데, 모든 국민이 가입하지만 소득에 따라 보험료와 급여액이 다르다. 이러한 접근은 보편주의의 장점인 낙인 방지와 사회통합을 유지하면서도, 선별주의의 장점인 재분배 효과를 실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한국 복지국가의 발전방향은 이러한 이론적 논의와 함께 우리 사회의 구체적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급격한 고령화로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이 예상되므로, 노인소득보장과 장기요양서비스 확대가 시급하다. 둘째, 세계 최저 수준의 합계출산율 0.72명(2023년)에 대응하기 위해 육아지원 정책의 보편화와 실질화가 필요하다. 셋째, 비정규직과 플랫폼 노동자 증가로 고용보험 사각지대가 약 40%에 달하므로, 전국민 고용보험으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사회복지사의 역할도 이러한 발전방향과 연계하여 재정립되어야 한다. 잔여적-선별적 모델에서 사회복지사는 주로 사례관리자로서 개별 클라이언트의 문제 해결을 돕는다. 그러나 제도적-보편적 모델로 이행하면서, 사회복지사는 정책 기획자, 옹호자, 지역사회 조직가로서의 역할이 강화되어야 한다. 또한 광의의 복지 관점에서 보건, 주거, 고용 등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들과 협력하는 통합적 실천 역량이 요구된다. 복지정책의 방향 전환은 단순히 제도의 변화가 아니라, 사회복지 전문직의 정체성과 실천 방식의 변화를 동반해야 한다.

5. 결론 및 제언

본 레포트는 사회복지정책을 선별적·보편적, 잔여적·제도적, 협의·광의의 세 가지 기준으로 분류하고, 각 기준에 해당하는 우리나라의 구체적 제도 사례를 제시하였다. 분석 결과, 이들 분류 기준은 독립적이지 않으며 선별적-잔여적-협의 복지와 보편적-제도적-광의 복지라는 두 가지 큰 패러다임으로 수렴되는 대응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전자는 효율성과 개인 책임을 강조하는 자유주의적 복지관을, 후자는 평등과 사회적 권리를 강조하는 사회민주주의적 복지관을 반영한다.

우리나라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긴급복지지원 등 선별적-잔여적 제도와 건강보험, 국민연금, 아동수당 등 보편적-제도적 제도가 혼재하는 이중적 구조를 보인다. 이는 압축적 경제성장과 늦은 민주화, 그리고 복지 확대에 대한 사회적 합의 형성 과정에서 나타난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2024년 현재 GDP 대비 공공사회복지지출 14%, 기초생활수급률 3.2%, 건강보험 보장률 65% 등의 지표는 한국 복지국가가 여전히 발전 과정에 있음을 보여준다.

복지국가의 바람직한 발전방향은 보편적-제도적-광의 복지로의 점진적 확대이다. 다만 재정 지속가능성을 고려하여 전략적 보편주의나 비례적 보편주의와 같은 절충 모델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생애주기별 핵심 위험에 대해서는 보편적 보장을 강화하되, 추가적 욕구에 대해서는 선별적 지원을 병행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예컨대 아동기에는 보편적 아동수당과 무상교육·보육, 청년기에는 전국민 고용보험과 주거지원, 노년기에는 기초연금과 장기요양보험 확대가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

사회복지정책의 발전은 제도 개선뿐만 아니라 사회적 인식의 전환을 필요로 한다. 복지를 '가난한 사람을 위한 시혜'에서 '모든 국민의 권리'로, '세금 낭비'에서 '사회적 투자'로 재인식해야 한다. 사회복지사는 이러한 인식 전환을 이끄는 옹호자이자 정책 전문가로서 역할을 확대해야 하며, 미시적 실천과 거시적 정책 개입을 통합하는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한국 사회가 지향해야 할 복지국가 모델은 개인의 책임과 사회적 연대, 효율성과 형평성, 성장과 분배를 균형있게 조화시키는 '한국형 보편적 복지국가'의 구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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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1. 김태성, 성경륭. (2023). 복지국가론 (제3판). 나남출판.
  2. 보건복지부. (2024). 2024년 주요 업무 참고자료. 세종: 보건복지부.
  3. 이혜경, 김교성. (2023). 한국 사회복지정책의 이해. 학지사.
  4. 통계청. (2024). 2023년 사회보장통계. 대전: 통계청.
  5. Esping-Andersen, G. (1990). The three worlds of welfare capitalism. Princeton University Press.


사회복지정책의 분류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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